퀴어축제에 가다 - 하편 글 : 일반


지난 번 포스팅에 정말 폭발같은 반응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대부분 '크루세이더' 분들의 악플이었는데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니

사람들이 왜 노이즈 마케팅을 하게 되는지 알게 됐습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퀴어축제에 대한 후기인 퀴어축제에 가다 하편,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아침 9시, 시청역 5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벌써부터

경찰병력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비가 내린다는데

벌써부터 하늘은 꾸리꾸리 합니다.



퀴어축제 무대는 아직 설치 중입니다. 본격적인 부스 오픈은 10시 이후,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시작 되는데 전 상당히 일찍 와서 할 일이 없었기에

입구에서 피켓 들고 계신 아저씨랑 좀 놀다가 편의점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왔습니다.



아침을 먹고 쉬다 오니 입구가 사람들로 복작복작합니다. 퀴어축제 관계자들이

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데 벌써부터 크루세이더 분들이

자리 잡고 계십니다. 사람 면전에 대고 예수천국, 불신지옥!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모습을 이날 처음 봤습니다. 인터뷰 현장을 향해서 시원하게 입도 털어주시고 하시니까

경찰들과 축제 운영위원들이 제재에 나섰는데 뉴스에서만 봤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어안이 벙벙합니다.



결국 충돌을 우려한 경찰분들이 장벽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참고로 이날에 투입된 경찰병력(의경 포함)이 2000명 이상이라는데 정말

평생 볼 경찰분들을 다 본 듯 싶습니다. 다들 너무 고생하시더군요...



퀴어축제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제 크루세이더 분들의 기자회견(?) 자리가 열렸습니다.

주요 골자는 박원순 퇴진, 동성애 반대 입니다. 뻔한 내용이라 들을 것은 없었는데

한복 입으신 네크로맨서 분이 중간중간 종소리로 추임새를 넣어 준 건 나름 특이했습니다.



오후가 되고 축제 현장으로 들어왔습니다. 잔디 광장에 여럿이 누워 있는데

저도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점심 시간이 됐으니

식사거리를 구하기 위해 부스를 돌아봅니다.



그렇게 사게 된 음식이 크림치즈와 올리브가 들어간 샌드위치와 레모네이드입니다.

아침부터 크루세이더 분들과 대치하면서 긴장해서 그런지 배가 고픈 것 보다

몸이 피곤하더군요. 서둘러서 점심을 먹고 잔디밭에 누워 잠을 좀 청합니다.



이날 퀴어축제에는 100여 개의 부스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둘러본 결과

여럿 눈길을 끄는 부스도 있긴 했지만 그냥 평범하더군요. 대학축제나 코믹월드같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중간중간 자극적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은 그저 심리 상담, 단체 홍보와 같은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독교 관련 부스도 5개나 되고요. 사람들도 1000명 중 1명이 코스프레하는 사람들이고 대부분은 퀴어축제 둘러보는

관람객들이라서 무난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축제에서 가장 이상한 부분은 길 건너에서 열리는

동성애 반대집회 였습니다. 경찰차 바리케이트로 잘 안보이기는 하는데

정말 난리도 아닙니다... 부스가 개장하는 아침 10시쯤 되니 갑자기 꽈광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대놓고 방해하기 위한 크루세이더 분들의 노력에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시끌시끌 반대집회는 축제 끝까지 이어졌습니다.



소나기가 한 번 내리고 오후 4시 반이 되니 이제 퀴어퍼레이드가 시작되려 합니다.

저는 퍼레이드가 취소된 줄 알았는데 진행된다고 하니 서둘러서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퍼레이드 참가자는 손에 밴드를 착용하게 됩니다.

이번 퍼레이드는 그간 퍼레이드 중 최장 거리를 걷게 됐는데 많이 피곤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인파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입구로 나가자마자 반대편에 자리 잡은 크루세이더 분들의 집회 현장이 보입니다.

이번 반대집회는 샌드위치처럼 양면으로 진행되어서 무척 시끄러웠습니다.

한복을 입으시고 북도 치시고 외국인들을 배려하는 차원인지

영어 설교도 같이 진행해 주셨는데 신경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퍼레이드 차량은 총 7개입니다. 차량을 따라 천천히 따라 가면 되는 겁니다.

퍼레이드도 엄청 특별한 건 없습니다.

시민분들의 호응이 있으면 "워후~!" 하면서 손 흔들고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고 피켓 들면서 걷는 것이죠.

처음 퍼레이드를 참여했기에 신기하긴 했지만

들고 있는 짐이 많아서 사진은 많이 못 찍었습니다. 



사실 이번 퍼레이드에서 제 눈에 띄는 건 옆에 보조를 맞추며 걸어 주었던 '경찰과 의경분들'이었습니다.

수 십개의 조로 나뉘어져서 퍼레이드에 무단으로 들어가는 외부인을 차단하는 건데

보기만해도 무지하게 빡센 작업이더군요... 진심 고마워서 뭐라도 드리고 싶었지만

워낙 경찰분들이 많아서 어떻게 할 수는 없겠더군요.



명동 쪽을 돌아 다시 시청으로 돌아오니 크루세이더 분들이 친히

마중나와 주셨습니다. 경찰 분들의 집중 마크 또한 시작됩니다.



무사히 퍼레이드가 끝났습니다. 사실 뒤에 더 행사가 있다고 했는데

너무 피곤한 지라 이만 귀가하기로 합니다.



퀴어축제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 "지나치게 혐오스럽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직접 와서 본 결과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그저 평범한 축제였다는 감상을 남깁니다.

앞 서 말했 듯이 1000명 중 1명 정도가 자극적인 의상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사람들은 그런 자극적인 부분만 추출하여서 마치 불쾌함을 조장하는 축제로

보이게 만드는 듯 합니다.



오히려 이곳에서 정말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 부분은

기독교 분들의 반대 시위였습니다. 어떻게든 방해하기 위해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고, 방언기도를 질러대시고...

진정 어느 부분이 혐오라는 감정을 자극하는지 알게 됩니다.



이번 축제를 통해 만난 사람들(퀴어축제 관계자와 관람객,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타자도, 적도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심지어 반대집회에서 나섰던 그분들 조차도, 가정이 있고 누구에게 소중한 평범한 사람들이겠죠.

그런 평범한 우리들이 무엇 때문에 서로를 증오하게 만드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포스팅 사진은 얼굴 노출이 신경쓰이는 부분 있어서 다채롭게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몰랐는데 동영상 촬영의 경우는 허가증을 받아야 하더군요.

퀴어축제 촬영하실 분들 미리 이 부분 염두에 두시고 참여하시면 되겠습니다.

어쨌든 두서 없고 재미 없는 후기를 이만 마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6월 15일

우켈켈박사

덧글

  • 타임캡터 2016/06/17 09:24 # 삭제 답글

    이런것이었군요... 갠전으로 동성애는 .. 난 싫지만 남이하든말든 그닥 신경은 안쓴다.. 정도로..
  • 우켈켈국장 2016/06/18 17:22 #

    그 정도면 상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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